결혼과 출산은 다르게 보아야한다.
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.78명입니다. 두 사람이 만나 1명도 낳지 않다 보니 학교는 통폐합되고, 유소년 야구부도 사라지고 있습니다. 그런데 눈여겨볼만한 통계가 있습니다. 지난 2021년 프랑스의 합계 출산율은 1.8명. 같은 해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입니다.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이의 98%가 결혼한 가정에서 태어나지만, 프랑스는 그 비율이 38%밖에 되지 않습니다. 이미 많은 나라가 비혼 출산이 더 많습니다. 물론 비혼 출산을 위해서는 혼자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 시스템 등 여러가지 더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단 인식 자체가 부족합니다.
지금 보시는 건 OECD 국가들의 2021년 합계 출산율입니다.
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보이는 자녀 숫자로 한국은 유일하게 1명도 안 되는 명백한 꼴찌입니다.
그런데 이 그래프를 혼인 출산율로만 계산해서 바꿔보겠습니다.
즉 출산율 중 결혼한 커플의 비율을 따져보니 기존 선두와 꼴찌 그룹이 뒤집히죠.
한국이 OECD 1위로 올라섭니다.
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과 일본에선 10명 중 9명이 유럽에서 출산율이 낮은 폴란드에서 10명 7명, 이탈리아에선 6명 정도가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다는 뜻입니다.
반면 합계출산율이 높아서 우리가 본받아야 한다는 나라들을 한번 볼까요.
북유럽과 영국에선 10명 중 4~5명이 혼인 가정에서, 출산율이 가장 높은 그룹인 아이슬란드와 프랑스는 10명 중 3명 정도만 혼인 가정에서 태어납니다.
나머지는 이른바 비혼 출산인데요.
동거 커플이 아이를 낳거나, 독신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낳는 초이스맘의 경우입니다.
17년 전 한국이 인구 소멸 1호 국가가 될 거라고 경고한 세계적인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비혼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 한국이 살아남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최근 조언하기도 했습니다.
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아직 비혼 출산은 여전히 꺼내기 불편한 이야기입니다.
20대 프랑스 여성 리나투는 결혼했는지 묻는 한국 사람들 질문이 아직 낯섭니다.
[유스프 리나투/한국 거주 프랑스인 : 요즘엔 굳이 꼭 결혼해야 되는 책임 없어요. 아마 10년 뒤, 20년 뒤 사람들은 결혼 안 할 것 같아요.]
프랑스 출산율은 1.8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편입니다.
그런데 비혼출산율은 62.2%.
동거 커플이나 인공수정으로 독신 여성이 낳는 아이가 10명 중 6명이 넘는 겁니다.
프랑스에선 1999년 도입된 팍스 제도를 통해 결혼과 동거 사이의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.
결혼식도 이혼 절차도 없지만 동거 커플도 부부와 다를 바 없는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.
그래서 프랑스에선 결혼하지 않고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동거하는 커플이 많습니다.
실제 지난해 24만 커플이 결혼하는 동안 팍스 커플도 19만에 달했습니다.
비혼출산율 2.5%인 한국 사회에서 동거는 입밖에 내기조차 쉽지 않은 이야깁니다.
2년째 동거 중인 여자친구를 친구들에겐 와이프라고 소개하지만,
[김모 씨/2년째 동거 중 : 떳떳하지 못한 것 같아요. (여자친구는) 신경 쓰인다고 밝히지 말자고. (주변에서) '쟤는 시집 어떻게 가려고 벌써 동거를 하냐.']
법률상 부부가 아니란 이유로 여자친구가 응급실에 실려가도 보호자 역할을 못해주는 현실이 더 야속합니다.
[김모 씨/2년째 동거 중 : 신혼부부 집 대출이나 혜택들이 있을 텐데 그걸 못 하니까 동거를 그만두고.]
결국 아이를 낳기 위해선 결혼을 통해 전통적 가족 제도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.
[김모 씨/2년째 동거 중 : 뒤에서 너무 수군거리고 욕할 것 같은데요. 그 시선만 없으면 저는 괜찮거든요.]
요약
한국은 태어난아이의 98%가 결혼을 통해서 태어나지만 아직 출산율이 괜찮은 유럽은 공식적으로 혼인한 부부의 출산률이 37.8%이다. 나머지는 공식적인 혼인을 통한 것이아닌 동거 등 다양한 형태의 결합에서 생긴 아이들이다. 전통적이었던 결혼과 출산의 개념을 이어지는 것이 아닌 분리해서 보아야 하는 시점이 온 것 같다.